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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전거 미동북부 (2008.8)

미국동부 제2호 짧지만 소중한 만남들



텐트에 부딫히는 물방울 소리와 쓰레기차의 소리에 잠이 깼다.

내 텐트와 자전거를 흠뻑 적시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 비는 아니다.

잔디에 물을 주는 스프링쿨러다. 이런, 자전거도 흠뻑 젖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잠자리를 정리하고 Pennsylvania 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한 두대가 가게 뒤 쪽으로 들어온다.

조금 뒤에 구급차가 따라 들어오고 사다리차와 경찰차 세 대가 더 온다.

살짝 당황하고 있는데, 한 경찰이 내게 다가오더니 어젯 밤에 여기서 잔 사람을 봤냐고 내게 물어봤다.

어차피 뻔한거고 솔직한게 좋은거라고 판단되어 내가 어젯밤 여기서 잔 사람이라고 사실대로 대답을 하였다.

크게 문제가 되질 않길 속으로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황당하게도 경찰은 “no, no, not you” 하면서 여기서 잔 사람을 봤냐고 똑같은 질문을 다시 하기에,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잤다고 말을 하고 자초지종을 말하며 소란을 피우거나 문제가 되었다면 사과한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나 때문이 아니라며 나에게 또 다시 질문을 한다.

혹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서 잔 사람을 보았냐는 것이다. 물론 못 봤다.





상황은 이러했다.

아침에 쓰레기차가 와서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쓰레기통에서 자던 사람이 쓰레기차 안으로 떨어져 다리를 다쳐 움직일 수 없었고,

쓰레기차 운전자는 911 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혹시 내가 밤 중에 그 사람을 보았나 물어보는 것이다.

아침부터 황당한 일 때문에 경찰과 웃으며 헤어졌다.





펜실베니아에 루트 147번과 1번 도로에서 하루종일 오르막 길을 경험해야했다.

오르막 길을 지나면 내리막 길을 마주칠꺼라고 생각했는데 항상 예외는 있나보다.

내리막 길은 거의 없었다고 보는게 맞을꺼 같다.

아주 큰 오르막 길을 올라가 쉬는데 반대편에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건네신다.

이번 여행 중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된 Mr. Hall 할아버지다.

1951년 18살에 일본에서 군시절을 보냈고 젊어서 자전거 여행을 하신 적이 있다고 하신다.

Hall 할아버지는 성공하기 위한 조건으로 compassion 과 common sense 를 강조했고,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으로 오르막 길은 펜실베니아를 벗어나기 전까지 계속 될꺼라고 하신다.

이 말을 들을 때의 요상한 기분은 언덕을 넘어 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펜실베니아를 거의 다 벗어날 무렵 길을 잃었다.

길을 잃기보다는 어디로 갈야 효율적일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내 뒤로 싸이클 하나가 오르막 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Paul 아저씨였다. 처음에는 내가 가야 할 방향으로 가신다고 따라오라고 하신다.

이미 96km 를 달리고 지쳐 있는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막 길로 싸이클을 따라 간다는건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다리 찢어진다는 말에 적합한 상황이였다.

Paul 아저씨는 천천히 길을 가며 날 기다려 주며 그렇게 길을 안내 해 주신다.

내가 가야 할 길까지 안내를 해 주셨을 쯤 날이 어둑어둑 해진다.
 
아저씨는 다음 날이 휴가를 떠나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나를 아저씨의 집으로 초대해 주신다.

본인이 하나밖에 없다는 펜실베니아의 자세한 지도도 주시면서 내일 가야 할 길을 설명해 주시고,

편안한 잠자리까지 마련 해 주신다.

Paul 아저씨는 언덕을 좋아하는 멋진 바이커다.





2008년 7월 31일
이동거리: 107km
누적거리: 181km